부모님 성화로 본 맞선

나의 관심사|2020. 8. 1. 22:48
예전에는 결혼 적령기를 넘기면 안쓰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안쓰러워하기만 하면 괜찮은데 "어디 문제가 있나.. 왜 결혼을 안해?" 라며 듣는 사람의 기분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하고싶은 말을 내뱉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바뀌고 사회 분위기도 많이 세련되졌다. 이젠 결혼을 늦게 해도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능력되면 혼자사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난 그동안 쭉 혼자 살아왔고 혼자 사는게 편하다. 능력이 출중해서 여유롭게 돈 펑펑 쓰면서 사는 화려한 싱글은 물론 아니다. 그냥 누구에게 간섭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지금의 삶이 좋을 뿐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데, 올해 들어서 유독 아버지께서 맞선을 보라고 종용하시는 일이 잦아졌다. 당신이 고령이시라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 결혼하는 걸 봐야겠다는 마음이시겠지. 내키진 않았지만 날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에서 절실함이 느껴져서 효도하는 셈 치고 맞선을 보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맞선은 나와 너무 배치된다. 

소개팅이 연애를 목적으로 하는 만남이라면 맞선은 결혼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고가는 대화 자체가 소개팅이랑은 사뭇 다르다. 

상대방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기도 전에 경제적인 능력,생활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가 오고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조금은 삭막하고 사무적인 느낌이랄까. 내가 왜 이 자리에 앉아서 무의미하게 내 시간을 부셔먹고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물론 중간에 소개한 사람 입장도 있으니 최대한 예의바르게 행동했지만 기분이 계속 다운되는 느낌에 방실방실 웃지는 못하겠드라.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전 맞선을 볼 생각은 없었는데 부모님 성화에 할 수 없이 나왔습니다."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대사를 내가 치게 될진 몰랐다. 다행히 상대방도 이해하는 눈치였다. 서로 쿨하게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다. 씁쓸한 기분을 안고 맞선 자리를 빠져나왔다. 

난 그냥 혼자 살다가 결혼은 케미가 잘 맞는 사람 생기면 그때 고민해보는 걸로. 소개팅이라면 모를까 맞선은 영 거북한 느낌이다. 아직 내가 철이 덜 든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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