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돌아가신 조상분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혼자 사는 1인가구 인지라 떡 벌어지게 제사상을 차려내는 건 무리.
귀찮고 힘들어서가 아니라 식재료 물가도 너무 많이 올랐고 혼자 사는데 그 많은 제사 음식을 누가 다 먹겠는가? 쓸데없이 과하게 준비해서 음식 남겨 버리는 건 명백한 낭비다. 그래서 1인가구 간소화 차례상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깔끔하고 가성비 좋았던 냉동 수제모듬전 후기
나물은 3종류만, 조기 굽고 과일 2종, 생율,탕국,밥 정도로 간소하게 준비했다. 모듬전은 냉동 수제모듬전을 사서 부쳤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보시면 부실해 보일 순 있지만, 요즘은 예전보다는 제사상이 많이 간소화되는 추세다. 심지어 유교의 메카 성균관에서도 제사상은 간소화해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냉동 수제모듬전 구성
처음엔 모듬전 전문점에서 사 올까 하다가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깜놀. 집 앞 홈플러스에서 밀키트 형태로 되어 있는 제품으로 골랐다.
8천원대 후반 가격에 구매한 걸로 기억하는데, 만원을 넘지 않는 가격에 동그랑땡,깻잎전,오색산적,동태전 4종이 들어있다. 가성비 괜찮은 듯.
냉동 상태의 전들이 비닐팩에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이걸 꺼내서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쳐주면 된다.
저 4종의 전을 직접 재료 사서 하나하나 준비하면? 돈 엄청 깨진다. 동태도 비싸고 돼지고기도 비싸고 야채 값은 말할것도 없다. 요즘 물가 정말 장난 아니다. 오죽하면 사먹는게 싸게 먹힌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계란물이 이미 입혀져 있어 그냥 부치면 된다.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냐구? 노노. 전 부치는 건 불 옆에서 기름 냄새 맡아가며 타지 않게 뒤집어주면서 노릇하게 구워내는 과정이 힘든 포인트다. 그게 본 게임이다. 전혀 성의 없지 않다.
가격이 저렴한 지라 허접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산적 크기도 엄청나다. 3개만 놓았는데 후라이팬이 꽉 찬다.
완성된 수제모듬전.
새 기름으로 깔끔하게 부쳐냈기 때문에 시장에서 사 온 전과는 비교불가. 동그랑땡을 빼고 나머지 전들은 각각 3개씩 들어있다. (제사상 음식은 홀수로 놓는다는 원칙에 잘 부합한다. 지역마다 살짝 다르긴 하지만 홀수가 기본.)
맛을 보니 잡맛이 느껴지지 않고 깔끔했고 재료의 신선도도 느껴져서 좋았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건 크기가 큼직큼직해서 부실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냉동 수제모듬전 하나로 세 접시가 나왔다. 나머지야 뭐 딱히 손 많이 가는 건 없다. 간소하지만 나름의 성의를 담아 준비했다.
가성비가 좋아서 꼭 제사상 용도가 아니더라도 간식으로 종종 먹어도 괜찮을 거 같다.